정혜진
고목에 꽃핀 날 — 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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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ay the Old Tree Bloomed

고목에 꽃핀 날

정혜진 (HYE)

제작연도
2026
규격
38 × 20 × 40 cm
재료
백자토, 흑옻칠, 갈옻칠

석향(石香)은 울릉도의 척박한 바위틈에서도 오랜 세월 생명력을 이어온 향나무로, 시간의 축적과 자연의 강인함을 상징한다. 이 작품은 석향의 유기적인 형상과 거친 나무결을 도자 조형으로 재해석하여 자연이 새겨온 시간의 흔적을 담아냈다.

백자토 위에 흑옻과 갈옻을 여러 차례 입혀 풍화된 목질의 깊은 질감을 표현하였으며, 판성형과 타래성형을 병행해 뿌리와 줄기가 서로 얽혀 성장하는 자연의 생명력을 형상화하였다. 인위적인 대칭보다 자연스러운 뒤틀림과 균열을 그대로 살려 시간의 흐름이 만든 조형미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화병은 비어 있을 때에는 세월을 견뎌낸 고목의 모습이지만, 한 줄기 꽃이 꽂히는 순간 비로소 생명의 의미를 품은 작품으로 완성된다. 고목과 꽃이 만나는 순간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며, 시간은 생명을 이어주고 생명은 다시 시간을 이어간다는 자연의 순환과 희망을 담아내고자 하였다.